안나푸르나 서킷, 초르텐 너머로 펼쳐진 안나푸르나 설산 · 사진: 돈키호테 · used with permission 출처
네팔은 남북 폭이 약 200km 안팎인 좁은 나라이지만, 남쪽 평원은 해발 100m 안팎이고 북쪽 국경에는 에베레스트(약 8,849m)를 비롯한 거대한 봉우리가 줄지어 있습니다. 세계에서 8,000m가 넘는 산 열네 개 가운데 여덟 개가 네팔에 있습니다.
산골 마을 사이는 지프가 다니는 흙길로 이어진 곳이 많아, 오르막을 모터가 받쳐 주는 e-MTB와 잘 맞습니다. 길가 찻집에서 쉬어 가고, 마을 숙소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설산 위로 해가 뜨는 모습을 보는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 코스인 안나푸르나 골짜기 루프를 중심으로, 포카라, 카트만두 분지, 반디푸르, 룸비니까지 다섯 지역의 길과 볼거리를 정리했습니다.

무스탕 지역 좀솜·묵티나트 · 해발 약 2,700~3,700m
안나푸르나 골짜기 루프

- 거리
- 하루 25~50km
- 일정
- 3~4일
- 길
- 지프 흙길·자갈길
- 난이도
- 중급~상급
안나푸르나산군 서쪽을 따라 칼리간다키강이 흐릅니다. 강 양쪽으로 다울라기리(약 8,167m)와 안나푸르나 1봉(약 8,091m)이 솟아 있어, 이 골짜기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큰 산의 북쪽이라 비가 적어서, 남쪽의 푸른 숲과 달리 메마른 바위산과 넓은 자갈 강바닥이 펼쳐집니다.
코스는 좀솜(약 2,700m)을 중심으로 돕니다. 사과밭이 많은 마르파 마을을 다녀오고, 강을 따라 북쪽의 옛 마을 카그베니를 거쳐 순례지 묵티나트(약 3,700m)까지 오른 뒤 다시 좀솜으로 내려옵니다. 길은 대부분 지프가 다니는 흙길과 자갈길이라 바퀴가 굵은 e-MTB가 잘 맞습니다.
좀솜까지는 포카라에서 경비행기나 지프로 갑니다. 높은 곳에서 시작하는 일정이라, 첫날은 마르파처럼 가까운 마을만 다녀오며 고도에 몸을 맞추세요.
볼거리
묵티나트
힌두교와 불교 신자 모두가 찾는 순례지입니다. 108개의 물꼭지에서 차가운 물이 흘러나오는 사원이 있습니다. 사원 주변은 자전거를 세워 두고 걸어서 둘러보세요.
카그베니
흙벽 집과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진 옛 마을입니다. 이 마을 북쪽부터는 별도 허가가 필요한 어퍼 무스탕 지역이 시작됩니다.
마르파
흰 돌집과 돌을 깐 골목이 깔끔한 마을입니다. 사과밭이 많아 사과 파이와 사과 주스, 사과 브랜디가 유명합니다.
타칼리 밥상
이 골짜기에 사는 타칼리족의 밥상입니다. 밥과 렌틸콩 수프(달밧)에 반찬이 여러 가지 나와, 긴 하루를 달린 뒤 든든합니다.
간다키주 포카라 · 시내 약 800m, 사랑코트 약 1,600m
포카라 호숫가와 사랑코트
- 거리
- 하루 30~60km
- 일정
- 1~2일
- 길
- 포장도로 + 마을 흙길
- 난이도
- 중급
포카라는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페와 호수 옆에 있는 도시입니다. 맑은 날이면 호수 너머로 안나푸르나산군과 물고기 꼬리처럼 생긴 마차푸차레(약 6,993m)가 가깝게 보입니다. 해발 약 800m라 날씨가 온화하고, 안나푸르나 지역으로 들어가는 여행의 출발점입니다.
호숫가 길은 평탄해서 자전거와 몸을 맞추기 좋습니다. 본격적인 코스는 호수 북쪽 산등성이의 사랑코트까지 오르는 길로, 약 800m를 올라가는 오르막 끝에 히말라야 전망이 펼쳐집니다. 내려올 때는 산비탈 마을 사이의 흙길을 고를 수 있습니다.
둘째 날에는 동쪽으로 달려 베그나스 호수까지 다녀오세요. 페와 호수보다 조용하고, 논과 마을 사이를 지나는 길이 한가롭습니다.
볼거리
사랑코트의 일출
해 뜨기 전에 올라가면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이 차례로 붉게 물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낮에는 패러글라이더들이 이곳에서 날아올라 호수 위를 돕니다.
세계 평화의 탑
페와 호수 남쪽 언덕 위에 있는 흰 불탑입니다. 탑 앞에 서면 호수와 포카라 시내, 설산이 한 장면에 들어옵니다.
탈바라히 사원
페와 호수 가운데 작은 섬에 있는 힌두 사원입니다. 호숫가에서 나룻배를 타고 건너갑니다.
베그나스 호수
포카라 동쪽의 조용한 호수입니다. 호숫가 찻집에서 쉬어 가기 좋습니다.
바그마티주 카트만두·박타푸르 · 해발 약 1,300~2,100m
카트만두 분지의 사원 길
- 거리
- 하루 40~60km
- 일정
- 당일~1박 2일
- 길
- 포장도로 + 산등성이 흙길
- 난이도
- 중급
카트만두 분지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넓은 분지로, 카트만두, 파탄, 박타푸르의 세 옛 도시가 모여 있습니다. 왕궁 광장과 사원, 불탑 일곱 곳이 묶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짧은 거리 안에 볼거리가 많습니다.
분지 바닥은 해발 약 1,300m이고, 가장자리 산등성이를 따라 오르면 시내의 소음과 먼지에서 벗어나 계단식 논과 산골 마을이 나타납니다. 박타푸르에서 언덕 위의 창구나라얀 사원을 거쳐, 동쪽 산등성이의 나가르코트(약 2,100m)까지 오르는 길이 대표적입니다.
나가르코트에서 하룻밤 자면, 맑은 날 아침에 북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히말라야 산줄기를 볼 수 있습니다. 다음 날은 다른 길로 분지를 내려와 카트만두로 돌아옵니다.
볼거리
보우더나트 불탑
네팔에서 가장 큰 불탑 가운데 하나입니다. 흰 돔 위에 그려진 눈이 사방을 내려다보고, 순례자들이 시계 방향으로 탑을 돕니다. 탑 주변은 걸어서 둘러보세요.
박타푸르 옛 도시
붉은 벽돌 건물과 나무 조각 창문이 잘 남은 옛 도시입니다. 지붕이 다섯 층인 냐타폴라 사원이 광장에 서 있고, 진한 요구르트 '주주 다우'가 유명합니다.
창구나라얀 사원
분지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 사원 가운데 하나로, 언덕 위에 있어 오르막 끝에 만나게 됩니다. 돌과 나무에 새긴 조각이 정교합니다.
나가르코트 전망
분지 동쪽 끝 산등성이에 있는 마을입니다. 해 뜰 무렵 히말라야 산줄기가 붉게 물듭니다.
이 지역 코스
간다키주 타나훈 · 해발 약 1,000m
반디푸르, 산등성이 위의 옛 마을
- 거리
- 하루 30~50km
- 일정
- 1~2일
- 길
- 포장 오르막 + 마을 흙길
- 난이도
- 초급~중급
반디푸르는 카트만두와 포카라 사이, 큰길에서 산 위로 올라간 곳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예전에 인도와 티베트를 오가던 상인들이 쉬어 가던 교역 마을로, 네와르족이 지은 벽돌집과 나무 창문이 지금도 거리를 따라 늘어서 있습니다.
아래쪽 큰길의 둠레에서 마을까지는 굽잇길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일반 자전거로는 힘든 경사이지만 e-MTB로는 땀을 조금 흘리며 오를 수 있고, 올라갈수록 골짜기와 계단식 논이 넓게 내려다보입니다.
마을 중심 거리에는 차가 다니지 않아 조용히 걸어 다니기 좋습니다. 주변 산등성이를 따라 흙길이 이어져 이웃 마을까지 짧게 다녀오기 좋고, 카트만두와 포카라를 오가는 길에 하루 이틀 쉬어 가는 곳으로도 알맞습니다.
볼거리
반디푸르 옛 거리
벽돌집 1층마다 작은 가게와 찻집이 있습니다. 저녁이면 주민과 여행자가 거리에 나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툰디켈 언덕
마을 끝의 넓은 풀밭 언덕입니다. 맑은 날에는 북쪽으로 히말라야 설산이 길게 이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타니마이 사원
마을 위 언덕 꼭대기에 있는 작은 사원입니다. 걸어서 오를 수 있고, 일출을 보러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싯다 동굴
네팔에서 큰 동굴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을에서 산길을 걸어 내려가야 하니 자전거는 두고 가세요. 안이 어두워 손전등이 필요합니다.
룸비니주 루판데히 · 해발 약 100m
룸비니, 평원의 순례길
- 거리
- 하루 20~40km
- 일정
- 1~2일
- 길
- 평탄한 포장도로
- 난이도
- 초급
룸비니는 석가모니 부처가 태어난 곳으로 여겨지는 불교의 성지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인도 국경에 가까운 남쪽 평원(테라이)에 있어, 산이 많은 네팔에서 보기 드물게 길이 평탄합니다.
성지 안에는 넓은 정원과 긴 수로를 사이에 두고 여러 나라의 절이 모여 있습니다. 거리가 넓어 걸어서 다 돌기 어렵기 때문에 자전거로 이동하는 여행자가 많습니다. e-MTB라면 더운 날에도 힘을 아끼며 여러 절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산을 달리는 일정 사이에 하루 쉬어 가는 날로 넣거나, 히말라야 라이딩을 마친 뒤 마지막 날 천천히 달리는 코스로 좋습니다.
볼거리
마야데비 사원
부처의 어머니 마야데비의 이름을 딴 사원으로, 부처가 태어난 자리로 여겨지는 곳을 덮고 있습니다. 옆에는 연못과 기도 깃발이 걸린 큰 나무가 있습니다.
아소카 석주
기원전 3세기에 인도의 아소카왕이 이곳을 찾아와 세운 돌기둥입니다. 이곳이 부처가 태어난 곳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절
성지 안 사원 구역에는 여러 나라가 지은 불교 사원이 모여 있어, 나라마다 다른 건축 양식을 비교하며 둘러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국 절인 대성석가사도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알아 두면 좋은 것
언제 가면 좋을까
10월부터 4월까지가 좋습니다. 10~11월은 장마가 끝나 하늘이 가장 맑고, 12~2월은 맑지만 높은 곳은 춥습니다. 3~4월에는 산비탈에 네팔의 나라꽃인 랄리구라스(만병초)가 핍니다. 6월부터 9월까지는 비가 많이 내려 길이 진흙탕이 되고 산사태가 잦습니다.
고도와 날씨
묵티나트는 약 3,700m로 고산 증상이 올 수 있습니다. 하루에 자는 곳의 고도를 크게 올리지 말고, 물을 자주 마시고, 두통이 심해지면 고도를 낮추세요. 포카라와 룸비니는 따뜻하지만, 높은 산골 마을은 겨울 밤에 영하로 내려갑니다.
길과 자전거
큰길은 포장되어 있지만 산골 마을로 가는 길은 대부분 흙길과 자갈길입니다. 차는 왼쪽으로 다닙니다. 버스와 트럭이 많은 큰길은 차로 이동하고 산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정이 안전합니다. 산골 숙소는 전기가 넉넉하지 않은 곳이 있으니 충전할 수 있을 때 미리 해 두세요.
먹을거리
밥과 렌틸콩 수프에 반찬을 곁들인 달밧이 기본 식사입니다. 만두 모모, 국수 툭파, 쌀가루로 만든 고리 모양 빵 셀로티도 맛보세요. 길가 찻집에서는 달콤한 밀크티(찌아)를 마실 수 있습니다.
돈과 통신
화폐는 네팔 루피(NPR)입니다. 도시에서는 카드를 받는 곳도 있지만, 산골 마을과 숙소는 현금만 받는 곳이 많습니다. 휴대폰은 도시와 큰길에서는 잘 터지지만 깊은 산골짜기에서는 끊기는 곳이 많습니다.
입국과 안전
입국 조건은 국적과 시기에 따라 바뀌니 출발 전에 대사관 안내를 확인하세요. 안나푸르나 같은 보전지역과 국립공원은 입장 허가가 필요하고, 가이드 동행 규정이 바뀌기도 하니 미리 확인하세요. 헬멧은 꼭 쓰고, 혼자보다 둘 이상 함께 달리세요.
네팔의 길에서는 설산이 늘 배경처럼 따라옵니다. 오르막 끝의 찻집에서 숨을 고르고, 마을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달리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구름이 걷히는 아침을 기다릴 수 있도록 일정에 하루쯤 여유를 두세요.
이 길을 달릴 자전거가 필요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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