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빛을 받아 붉게 물든 단풍잎. 한국의 산은 10월이 되면 이런 색으로 바뀝니다.
대한민국 소개로

산사와 바닷길, 한국을 e-MTB로 달리다

설악산의 두 고개부터 제주의 해안과 한라산 중턱, 공항 섬 영종도까지 다섯 개의 길

읽는 시간 10분 · 2026년 10월 31일 업데이트

가을 햇빛을 받아 붉게 물든 단풍잎. 한국의 산은 10월이 되면 이런 색으로 바뀝니다.

한국은 국토의 약 70%가 산인 나라입니다. 동쪽으로 태백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하루 안에 높은 고개와 바닷가를 함께 달릴 수 있습니다. 산골짜기마다 오래된 절이 있고, 길가 어디에서나 따뜻한 밥 한 끼를 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

먼저 알아 둘 점이 있습니다. 설악산과 한라산을 비롯한 국립공원의 등산로는 자전거가 다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산악 코스는 산을 넘는 포장 고갯길을 달리고, 정상이나 능선은 자전거를 세워 두고 걸어서 다녀오는 방식으로 짰습니다. 긴 오르막이 많은 고갯길은 모터가 받쳐 주는 e-MTB와 잘 맞습니다.

대표 코스인 설악산 고갯길을 시작으로, 운영 코스가 많은 제주와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까지 다섯 지역의 길과 볼거리를 정리했습니다.

붉고 노란 단풍에 둘러싸인 연못 위의 육각형 정자
붉고 노란 단풍에 둘러싸인 연못 위의 육각형 정자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인제·양양 · 한계령 해발 900m 이상

설악산 두 고개, 미시령과 한계령

거리
한 바퀴 약 120km 안팎
일정
1박 2일
길
포장 고갯길 + 해안 도로
난이도
상급

설악산은 최고봉 대청봉(약 1,708m)을 중심으로 바위 봉우리와 능선이 이어지는 산으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들어 있습니다. 코스 이름의 '능선'은 공룡능선이나 서북능선 같은 산줄기를 말하지만, 이 능선 길은 국립공원 등산로라 자전거로는 갈 수 없습니다. 대신 능선을 가로질러 넘는 두 개의 포장 고갯길, 미시령과 한계령을 달리며 산줄기를 옆에서 바라봅니다.

속초에서 출발해 미시령(약 800m)을 넘어 인제 쪽으로 내려간 뒤, 한계령을 넘어 양양으로 내려와 바닷가를 따라 속초로 돌아오는 고리 모양 코스입니다. 태백산맥은 동쪽이 가파르고 서쪽이 완만한 지형이라, 바다 쪽에서 오르는 미시령은 짧고 가파르고, 인제 쪽에서 오르는 한계령은 길고 완만합니다. 두 고개를 합치면 누적 오르막이 약 1,500~2,000m에 이릅니다.

하루에 다 돌기에는 오르막이 많아, 인제나 양양 오색에서 하룻밤 자는 일정이 무난합니다. 가을 단풍철(10월 중순 무렵)에는 고갯길 양쪽 산이 붉게 물들어 가장 아름답지만, 차도 가장 많으니 이른 아침에 고개를 넘는 것이 좋습니다.

볼거리

  • 미시령 옛길과 울산바위

    터널이 생긴 뒤에도 옛 고갯길이 남아 있어 굽잇길을 따라 오를 수 있습니다. 오르는 동안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인 울산바위가 가까이 보입니다.

  • 한계령 휴게소

    고개 꼭대기에 있는 쉼터로, 양양 쪽으로 겹겹이 이어지는 바위 봉우리가 내려다보입니다. 대청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여기서 시작되지만 걸어서만 갈 수 있습니다.

  • 오색 주전골

    한계령을 내려오면 나오는 오색 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걷는 산책로입니다. 자전거를 세워 두고 한두 시간 걸으면 바위 절벽과 맑은 소를 볼 수 있습니다.

  • 설악동 신흥사와 용대리 황태 덕장

    속초 쪽 설악동 입구까지는 도로로 갈 수 있고, 그 안의 신흥사와 비룡폭포는 걸어서 둘러봅니다. 인제 용대리에서는 겨울에 명태를 바람에 말리는 덕장이 줄지어 섭니다.

제주특별자치도 · 해안선 따라 해발 0~100m

제주 해안 일주, 풍차와 검은 모래

거리
섬 일주 약 234km (하루 50~70km)
일정
3~4일 (구간별 당일도 가능)
길
포장 자전거길 + 해안 도로
난이도
초급~중급

제주는 한라산이 화산 활동으로 솟아 만들어진 섬입니다. 섬 둘레를 따라 '환상자전거길'이 약 234km 이어져 있고, 길 곳곳에 인증센터가 있어 도장을 모으며 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길이 대부분 포장되어 있고 오르내림이 크지 않아, 처음 e-MTB를 타는 사람도 하루씩 끊어 달리기 좋습니다.

제주 바닷가의 바위는 화산에서 나온 현무암이라 검은색입니다. 검은 바위 위로 하얀 파도가 부서지고, 돌을 쌓아 만든 낮은 담이 밭과 집을 두르고 있습니다. 서쪽 해안에는 바다 위에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서 있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산방산과 바다 절벽이 이어집니다.

제주의 날씨는 바람이 정합니다. 맞바람이 부는 날에는 평지인데도 오르막처럼 힘이 들어 배터리가 빨리 닳습니다. 그날 바람 방향을 보고 일주 방향을 정하거나, 바람을 등지는 구간을 길게 잡으세요.

볼거리

  • 삼양 검은모래해변

    제주시 동쪽에 있는 검은 모래 해변입니다. 일주를 시작하거나 마치는 날 들르기 좋고, 모래가 햇빛에 반짝입니다.

  • 애월에서 협재까지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가면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달리는 해안 도로가 나옵니다. 협재 해변은 물빛이 맑은 에메랄드색이고, 앞바다에 비양도가 떠 있습니다.

  • 신창 풍차해안

    섬 서쪽 끝의 바닷가로, 얕은 바다 위에 풍력발전기가 서 있습니다. 해 질 무렵 풍차 너머로 지는 해를 보러 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 수월봉과 용머리해안

    화산재가 층층이 쌓인 바다 절벽으로, 제주 세계지질공원에 속한 곳입니다. 용머리해안은 물때에 따라 걸어 들어갈 수 없는 날이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 1100고지 해발 약 1,100m

한라산 중턱 숲길, 1100도로와 5·16도로

거리
하루 약 50~80km
일정
당일
길
포장 산악 도로
난이도
상급

한라산(약 1,947m)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고, 섬 한가운데 솟아 있습니다.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자전거가 다닐 수 없지만, 산 중턱을 넘어 제주시와 서귀포를 잇는 두 도로가 있습니다. 서쪽의 1100도로와 동쪽의 5·16도로입니다.

1100도로는 이름처럼 해발 약 1,100m까지 올라가는 길로, 제주시에서 꼭대기까지 오르막이 거의 쉬지 않고 이어집니다. 아래쪽은 귤밭과 목장, 위로 올라갈수록 삼나무와 활엽수 숲이 나오고, 고지대에서는 키 작은 나무와 조릿대 너머로 한라산 봉우리가 보입니다. 5·16도로는 나무가 길 위를 덮은 숲 터널로 유명하고, 한라산 등산로 입구인 성판악(약 750m)을 지납니다.

체력과 배터리에 여유가 있다면 1100도로로 넘어가 서귀포에서 점심을 먹고 5·16도로로 돌아오는 하루 일정이 가능합니다. 처음이라면 제주시에서 1100고지까지만 올랐다가 같은 길로 내려오는 것도 좋습니다.

볼거리

  • 1100고지 습지

    도로 꼭대기 휴게소 옆에 있는 산지 습지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나무 데크 산책로를 따라 짧게 걸어 볼 수 있습니다.

  • 영실과 어리목 입구

    1100도로 중간에서 갈라지는 한라산 등산로 입구입니다. 자전거는 입구에 두고, 시간이 있으면 걸어서 숲길을 조금 올라가 보세요.

  • 5·16도로 숲 터널

    길 양쪽 나무가 머리 위에서 맞닿아 햇빛이 조각조각 떨어지는 구간입니다. 길이 좁고 굽이가 많아 천천히 지나가야 합니다.

  • 사려니숲길

    삼나무가 곧게 늘어선 숲속 산책로입니다. 걷는 길이라 자전거는 입구에 세워 두어야 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제주시 구좌읍 · 성산일출봉 약 180m

제주 동쪽, 성산일출봉과 우도

거리
하루 40~60km (우도 일주 약 17km 별도)
일정
1~2일
길
해안 도로 + 마을 길
난이도
초급~중급

섬 동쪽은 바다에서 솟은 성산일출봉과, 들판에 봉긋봉긋 솟은 작은 화산 '오름'이 어우러지는 지역입니다. 성산일출봉은 한라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와 함께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올라 있습니다.

성산에서 북쪽으로 종달리, 세화, 월정리를 지나 김녕까지 이어지는 해안 도로는 바다 빛이 맑고 오르내림이 적어 달리기 편합니다. 바닷가 마을에서는 물질을 마치고 돌아오는 해녀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제주 해녀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입니다.

성산항에서 배를 타면 우도에 닿습니다. 섬 둘레가 약 17km라 천천히 달려도 반나절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고, 하얀 모래 해변과 검은 모래 해변을 하루에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볼거리

  • 성산일출봉

    바다 속에서 터진 화산이 만든 분화구 봉우리입니다. 자전거는 아래에 두고 계단길을 걸어 오르면 넓은 분화구와 섬 동쪽 바다가 내려다보입니다.

  • 섭지코지

    성산일출봉 남쪽으로 튀어나온 곶입니다. 바닷가 언덕을 따라 걸으며 성산일출봉을 옆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우도 해변들

    서쪽의 서빈백사는 하얀 모래가 눈부신 해변이고, 동쪽의 검멀레 해변은 이름처럼 검은 모래가 깔려 있습니다. 땅콩이 유명해 땅콩을 넣은 간식이 많습니다.

  • 오름과 비자림

    다랑쉬오름 같은 오름은 걸어서 30분 안팎이면 오를 수 있고, 꼭대기에서 동쪽 들판의 오름들이 한눈에 보입니다. 오래된 비자나무가 모인 비자림도 걸어서 둘러보는 숲입니다.

인천광역시 중구 ·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섬

영종도 해안, 공항 섬 한 바퀴

거리
섬 한 바퀴 약 50~60km
일정
반나절~당일
길
해안 자전거길 + 포장도로
난이도
초급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섬입니다. 한국에 도착한 날이나 떠나기 전날, 공항에서 멀리 가지 않고 자전거와 몸을 맞춰 보기 좋은 코스입니다. 섬 둘레 대부분이 평지라 오르막 걱정 없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습니다.

서해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바다라, 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드러납니다. 섬 서쪽의 을왕리와 왕산, 마시안 해변은 해 지는 쪽을 바라보고 있어 오후 늦게 도착하면 바다 위로 지는 해를 볼 수 있습니다.

섬 동쪽에는 바다를 따라 공원과 자전거길이 이어지고, 바다 건너로 인천대교와 송도의 고층 건물이 보입니다. 공항 가까운 길에서는 머리 위로 낮게 날아 내려오는 비행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볼거리

  • 을왕리 해수욕장

    섬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해변입니다. 해변을 따라 조개구이와 칼국수를 파는 식당이 늘어서 있어 라이딩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좋습니다.

  • 마시안 해변

    물이 빠지면 갯벌이 멀리까지 드러나는 조용한 해변입니다. 갯벌 위로 해가 질 때 하늘과 바닥이 함께 붉게 물듭니다.

  • 인천공항 하늘정원

    공항 활주로 가까이에 만든 공원으로, 내려앉는 비행기를 바로 머리 위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씨사이드파크

    섬 동쪽 바닷가를 따라 길게 이어진 공원입니다. 자전거길이 잘 나 있고, 바다 건너 인천대교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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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에 알아 두면 좋은 것

언제 가면 좋을까

4월부터 6월까지, 9월부터 10월까지가 좋습니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하늘이 맑고 단풍이 듭니다. 설악산 단풍은 대개 10월 중순 무렵이 가장 붉습니다. 6월 말부터 7월까지는 장마, 8~9월에는 태풍이 올 수 있습니다.

날씨

사계절이 뚜렷해 여름은 덥고 습하며 겨울은 춥습니다. 강원도 고갯길은 겨울에 눈과 얼음으로 자주 막힙니다. 제주는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하지만 일 년 내내 바람이 강한 편입니다.

길과 자전거

강과 해안을 따라 자전거길이 전국에 잘 나 있습니다. 시속 25km가 넘으면 모터가 멈추는 페달 보조 방식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 도로, 국립공원 등산로는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헬멧을 쓰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먹을거리

제주에서는 흑돼지 구이, 돼지고기를 올린 고기국수, 갈치조림과 귤을 맛보세요. 속초에서는 물회와 오징어순대, 인제에서는 황태 요리가 유명합니다. 편의점이 곳곳에 있어 물과 간식을 구하기 쉽습니다.

돈과 통신

화폐는 원(KRW)입니다. 작은 가게에서도 카드를 대부분 받고, 버스와 지하철은 교통카드로 탑니다. 휴대폰과 인터넷은 거의 모든 곳에서 잘 되지만, 깊은 산골짜기에서는 약해질 수 있습니다.

입국과 안전

입국 조건은 국적과 시기에 따라 바뀌니 출발 전에 대사관 안내를 확인하세요. 차가 빠르게 달리는 편이라 차도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로 달리고, 터널은 되도록 피하세요. 긴급 전화는 119(구급·화재), 112(경찰)입니다.

한국은 나라가 크지 않아 하루에 바다와 산을 함께 달릴 수 있고, 어디서 멈추든 따뜻한 밥집이 가까이 있습니다. 고개를 넘은 날에는 바닷가에서 쉬고, 걷는 길은 자전거를 세워 두고 천천히 걸어 보세요. 그렇게 다니면 짧은 일정으로도 이 나라의 여러 얼굴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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