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이 보이는 호숫가 캠프 · 사진: 돈키호테 · used with permission 출처
키르기스스탄은 국토의 약 90%가 산인 나라입니다. 톈산산맥이 나라를 동서로 가로지르고, 남쪽으로는 파미르 고원이 이어집니다. 해발 3,000m 위에도 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여름이 되면 유목민이 가축을 데리고 올라와 유르트(둥근 이동식 천막)를 칩니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진짜 풍경이 시작되는 나라라서, 자갈 오르막을 모터가 받쳐 주는 e-MTB와 잘 맞습니다. 하루를 달린 뒤 유르트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호수 위로 뜨는 해를 보는 여행이 이곳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 코스인 송쿨 호수를 중심으로, 처음 가는 사람이 고르기 좋은 다섯 지역의 길과 볼거리를 정리했습니다.

나린주 · 호수 해발 약 3,016m
송쿨 호수 일출 루프
- 거리
- 호수 일주 약 80km
- 일정
- 1박 2일 (유르트 1박)
- 길
- 자갈·초원 흙길
- 난이도
- 중급
송쿨은 해발 3,000m가 넘는 고원에 있는 호수입니다. 둘레를 따라 끝없이 초원이 이어지고, 6월부터 9월까지만 유목민이 올라와 지내는 여름 목초지라 그 시기에만 유르트 캠프가 열립니다. 이 나라를 대표하는 풍경을 하나만 고르라면 많은 사람이 이곳을 꼽습니다.
호수까지는 북쪽 코치코르 쪽에서 칼마크아슈 고개(약 3,446m)를 넘거나, 남쪽에서 굽이가 서른 번 넘게 이어지는 몰도아슈 고개(약 3,346m)를 넘어 올라갑니다. 일반 자전거라면 하루 종일 걸리는 오르막이지만, e-MTB는 배터리를 아껴 쓰면 무리 없이 넘을 수 있습니다.
호숫가 길은 오르내림이 크지 않아 풍경을 보며 천천히 달리기 좋습니다. 해 질 무렵 유르트 캠프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밤에는 불빛 하나 없는 하늘에서 은하수를 보고, 새벽에 일어나 호수 건너편 산 위로 해가 뜨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 코스의 이름이 된 이유입니다.
볼거리
몰도아슈 고개의 굽잇길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고갯길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길 전체가 하나의 그림처럼 보입니다.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자주 멈춰 사진을 찍으세요.
유르트 캠프
펠트로 만든 천막 안에서 난로를 피우고 잡니다. 저녁에는 양고기 수프나 국수, 갓 구운 빵이 나옵니다.
말과 함께하는 아침
캠프마다 말을 빌려 탈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쉬게 하고 한두 시간 초원을 걸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쿠므즈
말젖을 발효한 전통 음료입니다. 시큼하고 약간 탄산이 있어 처음에는 낯설지만, 유목민의 손님 대접이니 한 모금은 마셔 보세요.
이식쿨주 · 호수 해발 약 1,607m
이식쿨 호수 남쪽 기슭
- 거리
- 구간별 하루 40~70km
- 일정
- 2~4일
- 길
- 포장도로 + 협곡 흙길
- 난이도
- 초급~중급
이식쿨은 길이가 180km에 이르는 거대한 산악 호수입니다. 겨울에도 얼지 않아 '뜨거운 호수'라는 이름이 붙었고, 사방이 눈 덮인 톈산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북쪽 기슭은 휴양지가 많고 붐비는 반면, 남쪽 기슭은 마을이 드문드문 있어 조용히 달리기 좋습니다.
호숫가 큰길은 대부분 포장되어 있어 처음 e-MTB를 타는 사람도 편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대신 큰길에서 산 쪽으로 몇 km만 들어가면 붉은 협곡과 폭포가 나오니, 하루에 한두 번은 흙길로 들어가 보는 것이 이 코스의 재미입니다.
동쪽 끝의 카라콜은 이 지역의 중심 도시라 자전거 정비와 숙소를 구하기 쉽고, 주변 계곡으로 하루 다녀오는 라이딩의 출발점으로도 좋습니다.
볼거리
스카즈카(동화) 협곡
비와 바람이 깎아 만든 붉고 노란 바위 기둥이 늘어선 협곡입니다. 호숫가 길에서 가깝고, 바위 사이 흙길을 자전거로 천천히 지나갈 수 있습니다.
바르스쿤 계곡과 폭포
호수에서 남쪽 산으로 이어지는 계곡입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볼 수 있습니다.
제티오구즈의 붉은 바위
'일곱 마리 황소'라는 이름의 붉은 사암 절벽입니다. 반으로 갈라진 바위 '깨진 하트'도 근처에 있습니다.
카라콜의 목조 건물들
못을 쓰지 않고 지은 둥간 모스크와 목조 정교회 성당이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에는 가축 시장이 열려 현지 사람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추이주 · 알라아르차 국립공원, 부라나 탑
비슈케크 근교 하루 코스
- 거리
- 하루 30~60km
- 일정
- 당일
- 길
- 포장도로 + 공원 흙길
- 난이도
- 초급
수도 비슈케크에 도착한 첫날이나 둘째 날, 고도와 자전거에 몸을 적응시키기 좋은 코스입니다. 도시에서 남쪽으로 약 40km만 가면 알라아르차 국립공원의 계곡이 시작되고, 눈 덮인 봉우리 아래 향나무 숲과 빙하 계곡을 볼 수 있습니다.
동쪽으로 가면 실크로드 시절의 흔적인 부라나 탑이 있습니다. 11세기 무렵 세워진 탑의 일부가 남아 있고, 주변 들판에는 옛 유목민이 남긴 돌 인형(발발)들이 서 있습니다.
두 곳 모두 길이 비교적 좋고 돌아오는 길에 시내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어, 본격적인 고원 라이딩 전에 장비와 몸 상태를 점검하는 날로 쓰기 좋습니다.
볼거리
알라아르차 계곡
공원 입구부터 계곡 안쪽 산장까지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달리다 보면 정면으로 빙하가 보입니다.
부라나 탑과 돌 인형
탑 안의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추이 계곡과 톈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시 바자르
비슈케크의 큰 시장입니다. 말린 과일, 견과류, 꿀을 사서 라이딩 간식으로 챙기기 좋습니다.
나린주 앗바시 · 해발 약 3,200m
타시라바트, 실크로드의 돌집
- 거리
- 하루 50~70km
- 일정
- 1~2일
- 길
- 자갈 계곡길
- 난이도
- 중급
타시라바트는 깊은 산골짜기 안에 숨은 돌로 지은 옛 숙소(캐러밴서라이)입니다. 대략 15세기 무렵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오가던 상인들이 이곳에서 머물렀습니다. 수십 개의 작은 방이 돔 지붕 아래 미로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앗바시 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들어가는 길은 차가 드물고, 양 떼와 유르트가 띄엄띄엄 나타납니다. 오르막이 길지만 경사가 완만해 e-MTB로 풍경을 즐기며 오르기 좋습니다.
체력과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근처 유르트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더 높은 고원으로 올라가 중국 국경 근처의 차티르쿨 호수(해발 약 3,500m)까지 다녀오는 일정도 가능합니다. 국경 지대라 별도 허가가 필요하니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볼거리
캐러밴서라이 내부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만으로 어두운 돌방들을 둘러보게 됩니다. 손전등이 있으면 좋습니다.
계곡의 유르트 마을
여름이면 계곡 곳곳에 유르트가 서고, 지나가는 여행자에게 차와 빵을 내주는 집도 많습니다.
차티르쿨 호수
나무 한 그루 없는 고원 한가운데 있는 호수입니다.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오시주 · 파미르 고원, 사리타시 약 3,170m
알라이 계곡과 레닌봉
- 거리
- 하루 40~80km
- 일정
- 2~3일
- 길
- 포장 고갯길 + 고원 흙길
- 난이도
- 상급
키르기스스탄 남쪽 끝, 파미르 고원으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남부 도시 오시에서 출발해 탈디크 고개(약 3,615m)를 넘으면 넓은 알라이 계곡이 열리고, 그 너머로 해발 7,134m의 레닌봉을 비롯한 파미르의 거대한 설산이 벽처럼 서 있습니다.
국가 소개의 '파미르 파노라마'가 바로 이 풍경입니다. 사리타시 마을에서 레닌봉 베이스캠프 쪽으로 들어가면 툴파르쿨 호수가 나오고, 호수에 비친 설산을 보며 유르트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습니다.
고도가 높고 날씨가 빨리 바뀌어 다섯 코스 중 가장 어렵습니다. 고산 적응이 된 뒤, 가이드와 함께 가는 것을 권합니다.
볼거리
탈디크 고개
굽이굽이 이어지는 포장 고갯길입니다. 정상에서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산허리를 감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툴파르쿨 호수와 레닌봉
이른 아침 바람이 없을 때 호수에 레닌봉이 비칩니다. 이 장면 하나를 보러 오는 여행자가 많습니다.
오시의 술라이만투 산
도시 한가운데 솟은 바위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출발 전날 올라가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세요.

떠나기 전에 알아 두면 좋은 것
언제 가면 좋을까
6월부터 9월까지가 좋습니다. 고원 목초지에 유르트 캠프가 열리는 시기와 같고, 7~8월이 가장 따뜻합니다. 9월 중순이 지나면 고원에 눈이 내릴 수 있습니다.
고산 적응
송쿨·타시라바트·알라이는 모두 해발 3,000m 이상입니다. 하루에 자는 곳의 고도를 크게 올리지 말고, 물을 자주 마시고, 두통이 심해지면 고도를 낮추세요.
길과 자전거
큰길은 포장되어 있지만 볼거리 대부분은 자갈길과 흙길 끝에 있습니다. 바퀴가 굵은 e-MTB가 유리하고, 오르막이 긴 날은 배터리 모드를 낮게 두고 출발하세요.
먹을거리
양고기와 국수를 넣은 베시바르마크, 손으로 늘린 국수 라그만, 볶음밥 플로프, 튀긴 빵 보오르속이 대표 음식입니다. 고원에서는 상점이 드물어 간식을 넉넉히 챙기세요.
돈과 통신
화폐는 솜(KGS)입니다. 도시에서는 카드를 쓸 수 있지만 마을과 유르트 캠프는 현금만 받는 곳이 많습니다. 휴대폰은 도시와 큰길에서는 잘 터지지만 고원에서는 끊기는 곳이 많습니다.
입국과 안전
입국 조건은 국적과 시기에 따라 바뀌니 출발 전에 대사관 안내를 확인하세요. 국경 근처 지역은 별도 허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헬멧은 꼭 쓰고, 혼자보다 둘 이상 함께 달리세요.
키르기스스탄의 길은 빠르게 지나가기보다 자주 멈추게 되는 길입니다. 언덕 하나를 넘을 때마다 다른 풍경이 나오고, 길에서 만난 유목민이 차 한 잔을 권하기도 합니다. 일정에 하루쯤 여유를 두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오래 머무르세요.
이 길을 달릴 자전거가 필요하다면
날짜를 고르면 빌릴 수 있는 e-MTB를 바로 보여 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