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걸린 설산 아래 언덕을 따라 집들이 모여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마을 바로 뒤로 높은 산이 솟은 풍경을 자주 만난다.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 두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남섬에는 서던알프스 산맥이 길게 뻗어 있고, 가장 높은 아오라키/마운트쿡은 해발 약 3,724m입니다. 빙하가 깎아 만든 호수, 넓은 초원, 바닷가 숲과 화산 지형이 한 나라 안에 모여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 길이 잘 갖춰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옛 철길과 강가, 호숫가를 이어 만든 장거리 자전거길 '그레이트 라이드(Ngā Haerenga)'가 전국에 20곳 넘게 있고, 길을 따라 작은 마을과 숙소가 있어 며칠에 나눠 달리기 좋습니다. 자갈길이 많고 오르막이 긴 구간도 있어 e-MTB와 잘 맞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 코스인 퀸스타운 스카이라인 트래버스를 중심으로, 처음 가는 사람이 고르기 좋은 다섯 지역의 길과 볼거리를 정리했습니다.

오타고 퀸스타운 · 와카티푸 호수 해발 약 310m
퀸스타운 스카이라인 트래버스
- 거리
- 약 68km
- 일정
- 당일 (약 5시간)
- 길
- 호숫가 자전거길 + 자갈·흙 산길
- 난이도
- 상급
퀸스타운은 길이 약 80km에 이르는 와카티푸 호수 가에 자리한 작은 도시입니다. 호수 건너편으로는 해발 약 2,300m의 리마커블스 산맥이 서 있고, 마을 뒤 언덕 봅스피크(약 790m)에는 곤돌라가 오르내립니다.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자전거와 등산을 하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이 코스는 호숫가 자전거길로 시내를 빠져나간 뒤, 언덕 위 자갈길과 흙길로 올라가 호수와 산맥을 내려다보며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하루 길입니다. 거리는 약 68km, 오르막은 모두 합쳐 1,200m 안팎이라 다섯 코스 중 체력이 가장 많이 듭니다. 짧고 가파른 오르막이 여러 번 나오니 e-MTB 배터리를 아껴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퀸스타운 주변에는 그레이트 라이드 가운데 하나인 '퀸스타운 트레일'이 약 130km에 걸쳐 이어집니다. 호숫가, 카와라우 강 협곡, 옛 금광 마을 애로우타운, 포도밭이 많은 깁스턴 계곡을 연결하므로, 능선 코스가 부담스러운 날에는 이 길을 골라 천천히 달려도 좋습니다.
볼거리
와카티푸 호수
빙하가 깎아 만든 길고 좁은 호수로, 물빛이 아주 맑습니다. 1912년부터 운항한 증기선 언슬로호가 지금도 호수를 오갑니다.
카와라우 강 현수교
1880년에 놓인 다리로, 세계 첫 상업 번지점프가 시작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전거길이 다리 근처를 지나가니 잠시 멈춰 협곡을 내려다보세요.
애로우타운
1860년대 금광 시대에 생긴 마을입니다. 옛 상점 거리와 중국인 광부들이 살던 정착지가 복원되어 있고, 가을에는 마을의 나무들이 노랗게 물듭니다.
봅스피크 전망
곤돌라를 타고 언덕 위에 오르면 퀸스타운 시내와 호수, 리마커블스 산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산 위에는 곤돌라로 오르는 산악자전거 공원도 있습니다.
센트럴오타고 · 미들마치~클라이드, 가장 높은 곳 약 618m
오타고 센트럴 레일 트레일
- 거리
- 약 150km
- 일정
- 3~5일
- 길
- 다져진 자갈 철길
- 난이도
- 초급
센트럴오타고의 옛 철도가 1990년대 초 문을 닫은 뒤, 그 자리를 자전거길로 고쳐 2000년에 연 길입니다. 동쪽 미들마치에서 서쪽 클라이드까지 약 150km가 이어지며, 뉴질랜드에서 장거리 자전거 여행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길로 꼽힙니다.
기차가 다니던 길이라 경사가 아주 완만하고, 차가 다니지 않아 처음 e-MTB를 타는 사람도 편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길 양쪽으로 넓은 분지와 갈색 언덕, 양 떼가 이어지고, 하루에 몇 번씩 작은 마을이 나타납니다.
마을마다 오래된 호텔과 펍, 카페가 있어 점심을 먹거나 하룻밤 묵어 가기 좋습니다. 대부분 하루 30~50km씩 나눠 달리며, 클라이드 쪽에서 출발해도 되고 미들마치 쪽에서 출발해도 됩니다.
볼거리
풀번 협곡의 터널과 다리
바위 협곡을 지나는 구간에 옛 철도 터널 두 개와 높은 철교가 남아 있습니다. 터널 안은 조명이 없어 어둡습니다.
오피르 마을
19세기 건물이 여럿 남은 작은 마을입니다. 오래된 우체국과 돌기둥을 세운 옛 다리가 있어 사진을 찍으러 잠시 들르기 좋습니다.
웨더번의 가장 높은 지점
트레일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해발 약 618m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어느 쪽으로 가든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여름 과일
센트럴오타고는 여름이 덥고 건조해 체리와 살구가 잘 자랍니다. 한여름에는 길가와 마을에서 과일을 파는 곳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캔터베리·오타고 · 아오라키/마운트쿡~오아마루
알프스 투 오션, 설산에서 바다까지
- 거리
- 약 300km
- 일정
- 4~6일
- 길
- 자갈길 + 일부 포장도로
- 난이도
- 초급~중급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그레이트 라이드로, 서던알프스 아래에서 출발해 동쪽 바닷가 도시 오아마루까지 약 300km를 내려갑니다. 출발점은 아오라키/마운트쿡 마을과 테카포 호수 두 곳이 있는데, 마운트쿡 쪽에서 출발하면 강을 건너는 짧은 헬리콥터 구간이 있어 테카포에서 시작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첫 며칠은 매켄지 분지의 넓은 초원과 빙하 호수 사이를 달립니다. 푸카키 호수는 빙하가 갈아 낸 고운 돌가루 때문에 우유를 탄 듯한 청록색을 띠고, 날이 맑으면 호수 끝으로 아오라키/마운트쿡이 보입니다. 이어서 오하우 호수와 와이타키 강의 댐 호수들을 지나며 점점 고도가 낮아집니다.
마지막 날에는 석회암 언덕과 농장 지대를 지나 바다에 닿습니다. 출발부터 끝까지 고도가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바람만 잘 만나면 생각보다 편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볼거리
테카포 호수와 선한 목자의 교회
호숫가에 1935년 지은 작은 돌 교회가 있습니다. 이 일대는 밤하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맑은 밤이면 별이 아주 많이 보입니다.
푸카키 호수
청록색 호수 너머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이 서 있는 풍경입니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 빛이 특히 좋습니다.
엘리펀트 록스
와이타키 계곡 들판에 커다란 회색 석회암 바위가 흩어져 있는 곳입니다. 바위 사이를 걸어 다니며 쉬어 가기 좋습니다.
오아마루 옛 시가지
하얀 석회암으로 지은 19세기 건물이 늘어선 항구 도시입니다. 저녁에는 작은 펭귄인 쇠푸른펭귄이 바닷가 서식지로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베이오브플렌티 · 로토루아 해발 약 280m
로토루아, 레드우드 숲과 지열 지대
- 거리
- 하루 20~50km
- 일정
- 1~2일
- 길
- 숲속 흙 트레일 + 자전거길
- 난이도
- 초급~상급 (트레일에 따라)
북섬 가운데의 로토루아는 땅에서 김이 오르고 진흙이 끓는 지열 지대의 도시입니다. 마을 곳곳에서 유황 냄새가 나고, 마오리 문화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내 바로 옆 와카레와레와 숲은 뉴질랜드에서 손꼽히는 산악자전거 숲입니다. 1900년대 초에 심은 미국 삼나무(레드우드)가 높이 자라 있고, 그 사이로 쉬운 길부터 아주 어려운 길까지 수많은 트레일이 나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산악자전거 길은 1단계(가장 쉬움)부터 6단계까지 등급이 표시되어 있어 자기 실력에 맞는 길을 고르기 쉽습니다.
숲길이 부담스럽다면 시내에서 남쪽 지열 지대로 이어지는 그레이트 라이드 '테아라아히'를 달려 보세요. 호숫가와 지열 공원을 지나 와이오타푸의 색색의 온천 지대까지 이어집니다.
볼거리
레드우드 숲
곧게 뻗은 거대한 나무 사이를 달리는 느낌이 특별합니다. 숲 입구 주변에는 쉬운 길이 많아 처음 오는 사람도 부담이 적습니다.
테푸이아와 포후투 간헐천
하루에도 여러 번 뜨거운 물기둥을 뿜어 올리는 간헐천입니다. 마오리 전통 조각과 공예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쿠이라우 공원
시내 한가운데 있는 지열 공원입니다. 끓는 진흙 웅덩이를 구경하고, 따뜻한 족욕탕에 발을 담그며 쉬어 갈 수 있습니다.
항이
땅속에 달군 돌을 넣고 고기와 채소를 쪄 내는 마오리 전통 요리입니다. 문화 공연과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오클랜드 · 와이테마타 항구와 하우라키 만
오클랜드 해안길과 화산 언덕
- 거리
- 하루 30~55km
- 일정
- 당일
- 길
- 포장 해안길·자전거길
- 난이도
- 초급
오클랜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로, 두 바다 사이 좁은 땅 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시 안에 50개 가까운 작은 화산이 흩어져 있어, 바닷가를 달리다 보면 풀로 덮인 둥근 화산 언덕이 자주 보입니다.
시내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타마키 드라이브는 항구를 따라 해변 마을을 잇는 길로, 바다 건너 랑이토토 섬을 보며 달릴 수 있습니다. 오르내림이 크지 않아 도착한 첫날 자전거에 적응하기 좋습니다. 시내에는 옛 고속도로 진입로를 분홍색 자전거길로 바꾼 '라이트패스'도 있습니다.
오클랜드 하버브리지는 자전거로 건널 수 없습니다. 북쪽 해안으로 가려면 페리에 자전거를 싣고 데번포트로 건너가세요. 페리로 와이헤케 섬에 가서 포도밭과 해변 사이 언덕길을 달리는 하루 일정도 많이 찾습니다.
볼거리
미션베이
타마키 드라이브 중간에 있는 해변입니다. 잔디밭과 카페가 있어 쉬어 가기 좋고, 바다 건너 랑이토토 섬이 정면으로 보입니다.
랑이토토 섬
약 600년 전에 생긴 오클랜드에서 가장 젊은 화산 섬입니다. 바다 위에 낮고 넓게 솟은 모양이라 해안길 어디서나 눈에 띕니다.
마웅가화/마운트이든
도시 한가운데 있는 화산 언덕으로, 꼭대기에 깊은 분화구가 남아 있습니다. 자전거를 세워 두고 걸어서 오르면 도시와 두 항구가 내려다보입니다.
데번포트
페리로 10여 분이면 닿는 오래된 바닷가 마을입니다. 마을 뒤 작은 언덕에 오르면 시내 건물들과 항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떠나기 전에 알아 두면 좋은 것
언제 가면 좋을까
남반구라 계절이 한국과 반대입니다. 11월부터 3월까지가 자전거 타기 좋은 때이고, 12~2월이 가장 따뜻하지만 여행객도 가장 많습니다. 3~4월에는 센트럴오타고의 나무들이 노랗게 물들어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날씨
하루에도 날씨가 여러 번 바뀌는 날이 많아, 맑은 날에도 바람막이와 얇은 비옷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자외선이 매우 강하니 흐린 날에도 선크림과 선글라스를 쓰세요. 남섬 내륙은 여름에 덥고 건조하며, 산 위는 여름에도 쌀쌀합니다.
길과 자전거
그레이트 라이드는 대부분 자갈길이라 바퀴가 굵은 e-MTB가 편합니다. 차는 왼쪽으로 다니고, 자전거를 탈 때는 법으로 헬멧을 써야 합니다. 마을 사이가 먼 구간이 많으니 매일 밤 배터리를 가득 채워 출발하세요.
먹을거리
양고기, 초록홍합, 피시앤칩스, 고기 파이가 대표 음식이고, 디저트로는 머랭 케이크 파블로바가 유명합니다. 커피 문화가 발달해 작은 마을에도 카페가 있습니다. 센트럴오타고는 피노누아 와인 산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돈과 통신
화폐는 뉴질랜드 달러(NZD)입니다. 작은 마을에서도 카드를 대부분 받습니다. 휴대폰은 도시와 큰길에서는 잘 터지지만, 산과 외딴 자전거길에서는 끊기는 곳이 많습니다.
입국과 안전
입국 조건은 국적과 시기에 따라 바뀌니 출발 전에 대사관 안내를 확인하세요. 뉴질랜드는 검역이 엄격해 음식물과 흙 묻은 신발·장비를 꼼꼼히 확인하니, 입국 신고 때 빠짐없이 적으세요. 외딴 길을 달릴 때는 일정을 숙소나 일행에게 알려 두세요.
뉴질랜드의 자전거길은 하루를 마치면 늘 작은 마을이 기다리고 있는 길입니다. 호숫가에서 쉬고, 펍에서 저녁을 먹고, 다음 날 또 다른 풍경 속으로 달려 나가면 됩니다. 날씨가 자주 바뀌는 나라이니 일정에 하루쯤 여유를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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