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 비탈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강과 강가의 작은 마을. 독일의 강변 자전거길은 이런 풍경을 따라 이어집니다.
독일은 국토의 약 3분의 1이 숲인 나라입니다. 북쪽은 평평하고, 가운데는 낮은 산과 강 골짜기가 이어지며, 남쪽 끝 바이에른에 이르러서야 알프스가 솟아오릅니다. 큰 강마다 강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길이 있고, 길 안내 표지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숲속 임도와 완만한 언덕이 많아 e-MTB와 잘 맞습니다. 모터가 오르막을 받쳐 주니 하루에 숲과 호수, 작은 마을 여러 곳을 묶어 달릴 수 있고, 지친 날은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숙소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 코스인 바이에른 숲 순환 코스를 중심으로, 뮌헨에서 알프스 쪽으로 이어지는 길과 모젤강 골짜기까지 다섯 지역의 길과 볼거리를 정리했습니다.

니더바이에른 · 해발 약 600~1,400m
바이에른 숲 순환 코스
- 거리
- 약 66km 순환
- 일정
- 하루
- 길
- 숲속 임도 + 포장도로
- 난이도
- 중급
바이에른 숲(바이에리셔 발트)은 독일 동남쪽, 체코와 맞닿은 낮은 산지입니다. 1970년에 독일 최초의 국립공원이 이곳에 생겼고, 국경 너머 체코의 슈마바 국립공원과 이어져 중부 유럽에서 가장 넓은 숲 보호 지역으로 꼽힙니다. 가문비나무와 너도밤나무 숲 사이로 해발 1,400m 안팎의 둥근 봉우리들이 이어집니다.
순환 코스는 숲속 임도와 마을을 잇는 작은 포장도로를 번갈아 달립니다. 오르막이 길게 한 번에 오기보다 짧은 언덕이 여러 번 이어지는 길이라, e-MTB로 달리면 힘을 고르게 나눠 쓸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 안에서는 자전거 표지가 있는 길만 달릴 수 있고, 좁은 등산로와 봉우리 정상 길은 걸어서 가야 합니다.
국립공원은 '자연은 자연에 맡긴다'는 원칙으로 숲을 관리합니다. 나무좀 피해로 말라 죽은 숲을 베어 내지 않고 그대로 두어, 회색 나무 기둥 사이로 어린 나무들이 다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숲이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것도 이 코스의 재미입니다.
볼거리
나무 위 산책로
노이쇠나우 근처 국립공원 센터에는 나무 꼭대기 높이로 놓인 긴 나무 산책로와 달걀 모양 전망탑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세워 두고 걸어서 올라가면 숲 너머로 체코 쪽 산줄기까지 보입니다.
동물 관찰 구역
국립공원 센터 주변 숲에 스라소니, 늑대, 불곰 같은 이 지역 동물을 넓은 울타리 안에서 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동물이 잘 보입니다.
그로서 아르버와 아르버 호수
해발 약 1,456m로 바이에른 숲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산 아래에는 빙하가 만든 작은 호수가 숲에 둘러싸여 있어 쉬어 가기 좋습니다.
유리 공방 마을
이 지역은 수백 년 동안 유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츠비젤 같은 마을에서는 유리 공방과 가게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버바이에른 · 뮌헨 해발 약 520m → 바트 퇼츠 약 660m
뮌헨에서 알프스 들머리까지, 이자르강 길
- 거리
- 편도 약 60km
- 일정
- 당일 (돌아올 때 기차)
- 길
- 포장도로 + 다진 자갈길
- 난이도
- 초급~중급
이자르강은 알프스에서 흘러 내려와 뮌헨 한가운데를 지나는 강입니다. 물빛이 맑은 청록색이고, 시내 구간에도 자갈 강변이 넓게 남아 있어 여름이면 시민들이 강가에 나와 쉽니다. 이 강을 거슬러 남쪽으로 달리면 도시가 숲으로, 숲이 알프스 앞 언덕으로 바뀌는 과정을 하루에 볼 수 있습니다.
뮌헨 남쪽에서는 강 양쪽에 높은 비탈이 생기고 길이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길은 대부분 포장되어 있거나 잘 다진 자갈길이지만, 강가에서 비탈 위 마을로 올라가는 짧고 가파른 오르막이 몇 번 있습니다. e-MTB는 이런 구간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볼프라츠하우젠을 지나면 강 골짜기가 넓어지고, 날이 맑으면 남쪽으로 알프스 앞 산줄기가 가까이 보입니다. 도착지인 바트 퇼츠는 이자르강 가의 오래된 온천 마을로, 여기서 기차를 타고 뮌헨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볼거리
영국 정원
뮌헨 시내에 있는 아주 넓은 공원입니다. 공원 안 길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고, 중국탑 비어가르텐에서 쉬어 가기 좋습니다.
이자르강 자갈 강변
시내 남쪽 강변에는 넓은 자갈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출발 전에 강가에 앉아 맑은 물을 보며 몸을 풀기 좋습니다.
셰프틀라른 수도원
8세기에 처음 세워진 베네딕트회 수도원으로, 강 골짜기 숲속에 있습니다. 수도원 옆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는 라이더가 많습니다.
바트 퇼츠의 시장 거리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큰길 양쪽에 벽에 그림을 그린 오래된 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어 올라가 보세요.
오버바이에른 베르히테스가덴 · 해발 약 600~1,500m
베르히테스가덴과 쾨니히스제
- 거리
- 하루 30~60km
- 일정
- 1~2일
- 길
- 포장도로 + 계곡 자갈길
- 난이도
- 중급
독일 동남쪽 끝,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맞닿은 알프스 지역입니다. 1978년에 생긴 베르히테스가덴 국립공원은 독일에서 하나뿐인 알프스 국립공원이고, 그 한가운데 해발 약 2,713m의 바츠만산이 솟아 있습니다.
독일 남부를 가로질러 보덴호에서 이곳까지 이어지는 400km가 넘는 장거리 자전거길의 마지막 구간이기도 합니다. 마을과 호수를 잇는 길은 포장도로와 계곡 자갈길이 섞여 있고, 오르막이 짧지만 가팔라 e-MTB가 잘 맞습니다.
국립공원 안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이 정해져 있습니다. 자전거 표지가 있는 길만 달리고, 나머지 산길은 자전거를 세워 두고 걸어서 둘러보세요. 힘이 남는 날에는 해발 1,500m 넘게 올라가는 로스펠트 전망 도로에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볼거리
쾨니히스제
가파른 바위벽 사이에 길게 놓인 맑은 호수입니다. 100년 넘게 전기 배만 다니고 있어 조용하고, 배 위에서 사공이 나팔을 불어 메아리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성 바르톨로메 교회
빨간 양파 모양 지붕을 얹은 작은 교회로, 호숫가에 있어 배를 타거나 걸어서만 갈 수 있습니다. 자전거는 선착장 근처에 두고 가세요.
라마우 마을
계곡물 위로 놓인 다리와 흰 교회, 그 뒤의 바위산이 어우러지는 마을입니다. 근처의 작은 호수 힌터제까지 계곡을 따라 천천히 달리기 좋습니다.
소금 광산
베르히테스가덴에서는 500년 넘게 소금을 캐 왔습니다. 광부 옷을 입고 나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는 광산 견학을 할 수 있습니다.
슈바벤 알고이 · 퓌센 해발 약 800m
퓌센과 왕의 성들, 알고이 호수 길
- 거리
- 하루 30~50km
- 일정
- 1~2일
- 길
- 포장 자전거길 + 다진 자갈길
- 난이도
- 초급
퓌센은 독일의 유명한 관광 도로 '로맨틱 가도'가 끝나는 알프스 앞 작은 도시입니다. 주변에 크고 작은 호수가 많고, 산기슭에는 바이에른 왕 루트비히 2세가 지은 노이슈반슈타인성이 서 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길은 퓌센 북쪽의 큰 인공 호수 포르겐제를 한 바퀴 도는 자전거길입니다. 평평한 구간이 많고, 호수 너머로 알프스 산줄기와 성이 함께 보입니다. 이 호수는 겨울에 물을 빼고 여름에 다시 채우기 때문에, 6월부터 가을 사이에 가야 물이 찬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사람이 많아, 자전거는 아래 호엔슈방가우 마을에 세워 두고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 더 있다면 북쪽 들판 한가운데 있는 비스 교회까지 다녀오는 코스도 좋습니다.
볼거리
노이슈반슈타인성
1869년부터 짓기 시작했지만 왕이 세상을 떠나며 끝내 완성되지 못한 성입니다. 산 위의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성의 모습이 가장 유명합니다.
호엔슈방가우성과 알프제
루트비히 2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노란 성과, 그 아래 산에 둘러싸인 맑은 호수입니다. 호숫가를 걸으며 쉬어 가기 좋습니다.
비스 교회
초원 한가운데 서 있는 작은 순례 교회로, 화려한 로코코 양식 내부 덕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습니다. 퓌센에서 시골길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레흐강 폭포
퓌센 시내 바로 옆에서 레흐강이 계단처럼 떨어지는 곳입니다. 청록색 물빛이 아름다워 출발이나 도착 때 들르기 좋습니다.
라인란트팔츠 · 트리어~코블렌츠, 강 해발 약 60~130m
모젤강 포도밭 길
- 거리
- 하루 40~60km (전 구간 약 200km)
- 일정
- 1~5일
- 길
- 포장 강변 자전거길
- 난이도
- 초급
모젤강은 프랑스에서 흘러와 독일 서쪽을 지나 코블렌츠에서 라인강과 만납니다. 강이 크게 굽이칠 때마다 가파른 비탈에 포도밭이 펼쳐지고, 강가에는 교회 첨탑을 중심으로 작은 와인 마을이 이어집니다. 리슬링 와인으로 이름난 곳입니다.
트리어에서 코블렌츠까지 강을 따라 약 200km의 자전거길이 이어집니다. 강 하류로 내려가는 방향이라 거의 평지이고, 길 대부분이 포장되어 있어 초보자도 며칠에 나누어 달릴 수 있습니다. 하루 일정만 잡는다면 베른카스텔쿠에스나 코헴 주변 구간을 고르면 좋습니다.
강변 길 자체는 쉽지만, 포도밭 위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아주 가파릅니다. 이런 짧은 오르막에서 e-MTB가 힘을 발휘합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강이 마을을 감싸며 크게 휘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볼거리
트리어의 포르타 니그라
트리어는 로마 시대에 세워져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꼽힙니다. 검게 그을린 로마 시대 성문 포르타 니그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베른카스텔쿠에스
목조 골격이 드러난 오래된 집들이 작은 광장을 둘러싼 와인 마을입니다. 강 건너편 다리에서 보는 마을 풍경도 좋습니다.
코헴의 성
강가 언덕 위에 선 성으로, 17세기에 무너진 뒤 19세기에 다시 지어졌습니다. 성 아래 강변 마을에서 쉬어 가기 좋습니다.
브렘의 칼몬트 포도밭
유럽에서 가장 가파른 포도밭 가운데 하나입니다. 비탈 위 길은 걸어서만 갈 수 있으니, 강변에서 올려다보거나 자전거를 세우고 걸어서 올라가 보세요.
떠나기 전에 알아 두면 좋은 것
언제 가면 좋을까
5월부터 10월까지가 좋습니다. 6~8월이 가장 따뜻하고 해가 길며, 9~10월에는 숲이 물들고 포도 수확 철이 시작됩니다.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 뮌헨 맥주 축제 기간에는 뮌헨 숙소가 비싸고 구하기 어렵습니다.
날씨
여름 낮 기온은 대체로 20도 중반이지만, 비는 계절과 상관없이 자주 옵니다. 바이에른 숲과 알프스 쪽은 도시보다 서늘하고, 알프스에서는 여름 오후에 천둥 번개가 잦습니다. 가벼운 비옷은 늘 챙기세요.
길과 자전거
강과 호수를 따라 표지가 잘 된 자전거길이 많습니다. 숲길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범위는 주마다 다르니, 표지가 있는 자전거길과 산악자전거 길을 따라 달리고 걷는 사람에게 길을 양보하세요. 모터가 시속 25km까지만 돕는 일반 e-MTB는 자전거로 취급됩니다.
먹을거리
바이에른에서는 흰 소시지와 브레첼, 돼지 정강이 구이, 치즈를 버무린 오바츠다를, 알고이에서는 치즈 국수 케제슈페츨레를 맛보세요.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으니 전날 간식을 미리 사 두세요.
돈과 통신
화폐는 유로(EUR)입니다. 카드를 받는 곳이 많아졌지만, 작은 식당이나 시골 가게는 현금만 받는 곳도 있습니다. 도시와 큰길에서는 휴대폰이 잘 터지지만 숲과 산골짜기에서는 끊기는 곳이 있습니다.
입국과 안전
독일은 솅겐 협정 국가입니다. 입국 조건은 국적과 시기에 따라 바뀌니 출발 전에 대사관 안내를 확인하세요. 차는 오른쪽으로 다닙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도 헬멧은 꼭 쓰세요.
독일의 길은 하루에 여러 풍경을 이어 붙이기 좋은 길입니다. 아침에는 숲을 달리고, 점심은 강가 마을에서 먹고, 저녁에는 알프스가 보이는 비어가르텐에서 하루를 마칠 수 있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마음에 드는 마을에서는 하룻밤 더 머무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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